그날 밤의 향기, 달, 바람
한여름 쨍쨍한 햇빛인 것 같기도 하고 장마철 눅눅한 먹구름처럼 보이기도 하는 배우. 개구쟁이 같은 순수한 웃음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몹쓸 세상에 하염없이 상처만 받아 울음을 보이는 것이 그의 진짜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배우. 그는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 배우 '김수현'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 반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그가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외로워 모든 것을 참거나 거부하는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문강태'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미디어에서 김수현이 나왔던 시절도 있었다. 나오는 작품 마다 대박을 터뜨렸으며 드라마, 영화 할 것 없이 성공가도에 올라갔다. 그의 미래 역시 찬란하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는 일 따윈 하지 않고 오늘은 차근차근 그가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를 촘촘히 또는 음미하며 살펴보도록 하겠다.
주연보다 아역,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2009년 고수, 한예슬 주연의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고수 아역으로 김수현은 우리에게 처음 자신의 연기를 각인 시켰다. 정극에 처음 발을 디딘 신인이 표현한 '차강진'은 아역임에 불구하고 지금도 우리에게 회자된다. 아역의 연기세계의 기념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눈빛은 참 슬프다. 매섭고 차가워 보이지만 한없이 친절을 베풀어주고 싶기도 하다. 양면성을 지녔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의 양면성은 얇은 종이의 앞뒤가 아니라 겹겹이 쌓아 올린 책의 위와 아래의 느낌이다. 양면성 사이에 있는 수많은 스펙트럼이 그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는 힘이다.
드림하이-해를 품은 달-도둑들-은밀하게 위대하게-별에서 온 그대 - 프로듀사, 미친 필모그래피
아니 이렇게 잘될 수 있는 일인가? 현존하는 남자 배우 중에 이런 필모를 가진 자는 김수현 뿐이다. 2011년부터 2015년 5년 동안 김수현은 미친 듯이 날아올라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가 되었다. 외모+연기+필모 3박자가 완벽한 배우는 사실 보기 어렵다. 현재 송중기 정도 남아 있을 뿐이다.(건실하게 살자!)
그의 작품활동에 대해 말하면 할 말이 찬양 뿐이다. 일단 자신의 본업 '연기'가 뛰어나기 때문에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어울린다. 왕이나 외계인도 어색하지 않고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편하게 연기한다. 드라마면 드라마, 영화면 영화 어디에서든 그가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 1위가 될 수 있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김수현은 마치 만인의 배우였다. 여심을 흔들기에는 무언가(?)가 부족했다. 마치 동생 같은 귀여움, 비에 홀딱 젖은 강아지 느낌에서 그쳤다. 그런데 군대 갔다오면 철든다고 하는데 김수현은 군대 제대 후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생물학적 남성이 아닌 여자들의 마음이 두근거리는, 여자들을 미치게끔 하는 남자로 성장해서 왔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시청률은 기대에 비해 낮았지만 무엇보다 김수현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드덕들을 끌어 모았다는 것에 가치를 두고 싶다. 높은 화제성과 미친 듯이 드덕들을 끌어 모은 효과로 블루레이를 성사시켰으며 특별한 코멘터리나 부가영상이 없음에도 소장가치가 높아 구입한 회원이 매우 많았다. 군대에서 작품 보는 눈을 더 키워 왔나 보다. 컴백작으로 선택하기에는 굉장히 마이너한 작품임에도 과감하게 작품을 보고 선택한 김수현이 대단하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가끔 볼 때가 많다. 매 회 마다 주는 메시지가 꽤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연기가 아주 볼만하다.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인 '문강태'를 연기한 김수현을 보고 있자면 캐릭터 분석을 얼마나 꼼꼼하게 하는지, 중구난방으로 촬영되는 씬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 연기하는지, 100분 토론이 필요하다 느껴진다. 그런데 왜 그는 <사이코지만 괜찮아> 후에 긴 공백기를 다시 가졌을까? 김수현이 해야 할 일은 쉬지 않고 드라마를 찍어서 우리에게 문화적 혜택을 줘야 하는 데 말이다.
눈물의 여왕
왔다. 김수현이 사괜을 찍고 오랜 공백 끝에 나온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다. 2024년 3월에 눈물의 여왕을 모르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누구도 없었다. 단 4회 만에 시청률 13%를 찍으며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여 2024년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될 것이라 생각한다. 1988년생 36세 외모가 맞을까? 어떻게 관리했길래 여전히 20대 외모를 뽐낼까 싶다. 훌륭한 외적 요소와 연기력 덕에 김수현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다시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중장년층 여성들까지도 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끔 했다.
김지원과 김수현은 곧 결혼식을 올려야할지도 모른다.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지만 현실 속에서도 둘의 모습이 어울리는지 많은 사람들이 둘의 소식을 응원(?)한다. 실제로 박지은 작가 <사랑의 불시착>에서 손예진과 현빈이 드라마와 현실에서 모두 이루어졌듯이 많은 팬들이 지금 <눈물의 여왕>에서도 같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과연?
건실한 청년일세
김수현의 20대 라이징 부터 30대까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그의 바른생활, 갓생, 건실함이 아닐까? 김수현의 취미는 굉장히 활동적인 것이 많다. 등산, 골프, 볼링, 스키, 자전거 등으로 생활스포츠인 같다. 그는 취미 생활도 진심으로 하기 때문에 스포츠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김수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자신과 같은 취미인 김수현을 가깝게 생각한다. 10대와 20대는 사춘기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해 반항적이고 퇴폐적인 연예인에 빠지곤 한다. 건실한 청년을 보면 괜히 재미없다곤 한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온 자는 모두 알지 않는가? 건실한 청년이야 말로 훌륭한 인재이자 매력덩어리라는 것을.
언제나 정상에 서서
이제 공백없이 달려주길 바라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길 부탁한다. 현재 <넉 오프>라는 작품을 검토 중이라 알려져 있다. 김수현이 출현검토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시즌2까지 편성되었다고 한다. 어서 작품을 찍어 우리에게 당신의 연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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