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달하고 발랄하며 문득 쓸쓸한 양귀자만의 문장으로 삶과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는 인생학 교과서
오늘은 양귀자의 베스트셀러 장편 소설 <모순>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결말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모순 의 주인공은 '안진진'이라는 이름으로 결혼적령기 25세 여성이다. 25세에 무슨 결혼적령기냐라며 말도 안 된다 하겠지만 소설이 쓰일 당시 1990년대에는 여성 평균 결혼 시기 24.8세이니 현실에 기반한 소설이다. 지금으로 보면 31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책 속에서는 안진진이 두 남자를 저울질하며 고민하는 내용이 큰 줄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곁가지로 안진진의 가족의 삶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모순을 단순히 결혼적령기에 양다리를 걸친 여자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것은 소설을 일차원적으로 보는 것이다. 뻔하디 뻔한 소재로 양귀자가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것은 삶의 본질이며 무엇보다 고귀하다.
모순의 주인공, 안진진 결말
1월의 어느날, 나는 미루었던 김장우와의 약속을 지켰다. 붉은 장미 한 다발과 케이크를 사들고 찾아간 그의 아파트에는 형과 형수, 그리고 두 명의 조카와 조그마한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안진진은 올 봄에 김장우와 결혼식을 올릴 계획을 김장우의 형의 입으로 듣게 된다. 안진진은 그들의 모습을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이야기했다. 가족 간의 사랑이 넘치는 그래서 너무 특별해 보이는 사랑, 마치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2월의 어느날, 안진진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편지를 읽는다. 안진진은 아버지 병간호로 한 달간 휴직 후 회사로 돌아온 지 열흘이 지난날. 나른한 오후 3시 안진진은 소포상자를 받는다. 소포상자 안에는 열쇠 두 개와 봉투가 있었다.
진진아.
...
이제 끝내려고 해. 그동안 너무 힘들었거든.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참 할 말이 없구나.
...
나는 늘 지루했어. 너희 엄마는 평생이 바빴지.
...
그런 언니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나도 그렇게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어. 무덤 속 처럼 평온하게 말고.
-이모의 유서-
이모가 죽고 나서도 안진진의 시간은 그래도 흘러갔다. 안진진의 가족들도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안진진은 4월의 신부가 된다.
4월의 결혼식에 내 손을 잡아줄 남자는 그래서 나영규가 되었다.
안진진은 김장우와 헤어지고 나영규와 결혼한다. 이모의 죽음이 안진진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행복해 보였던 이모는 죽고 싶을 정도로 불행했다. 반면에 가장 불행해 보이는 엄마의 삶은 이모에게 행복하게 보였다. 정말 모순이다.
안진진이 이 소설의 첫 장에서 울부짖으며 이야기했다.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안진진은 깨닫는다.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을 그래서 안진진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김장우와의 결혼은 이미 탐구할 필요 없이 이미 알고 있는 삶의 모습이다. 그러나 나영규와의 결혼은 탐구할 수 있다. 어쩌면 이모처럼 '무덤 속 같은 평온'일 결혼생활일 수 도 있다. 그러나 안진진은 직접 경험하지 않는 한 교훈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에 다가간다.
양귀자 모순 작가노트
양귀자는 1990년대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소설로 용기를 주고 싶었다. 현재를 불행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불행의 이면에는 행복이 존재함을 말이다. 인생은 각자 해석한 만큼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므로 현재의 삶을 불행이라 단편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해석의 폭을 넓힌다면 불행의 양면성 '행복'까지 해석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이차원적인 단면만 존재하지 않는다.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다. 그러니 현실에 좌절하여 괴로워 하기 보다는 삶의 본질을 떠올리길 바란다. 삶은 본디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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