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혼돈이 찾아왔을 때 펼쳐야 할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 속의 물고기는 혼돈 속에 있는 나의 눈을 불행의 커튼으로 가리고 있는 것과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을 두꺼운 커튼으로 가린 채 바라본다면 제대로 바라볼 수도 그 안의 빛도 찾을 수 없다. 커다란 망치로 물고기를 깨부수듯 두 눈을 가리고 있는 두꺼운 벽을 내리쳐 세상의 빛을 명료하게 바라보면 깊은 혼돈 속에서도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솔직 리뷰
여러분 이 책은 소설이 아닙니다. 이 책은 과학 칼럼니스트가 쓴 과학 에세이 입니다. 과학 에세이에서 어떤 소설적 재미를 찾으려고 하지 마세요. 나는 이 책이 논픽션, 과학 에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소설'인 줄 알고 읽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중반까지 어떤 재미로 읽기보다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두며 읽게 되었다. '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이런 사람이구나!' 언제 기승전결 스토리가 진행될까? 그런데 기승전결 소설의 구조가 아니다. 왜냐하면 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이 책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전기를 쓴 것이다.
8장까지 참고 읽으면 9장에서 몰아친다
9장을 읽으면서 룰루 밀러의 과학 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왜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과학 에세이지만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반전이 나타나고 룰루 밀러의 시선과 해석 또한 달라진다. 8장 쯤 오면 우리는 이미 룰루 밀러와 하나가 되어 이 글을 읽는 중일 것이다. 조던에게서 배운 삶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배웠다면 이제는 조던의 삶을 통해 과학과 인간 삶의 불확실성 그리고 양면성에 대해 우리는 집중하게 된다.
조던의 삶이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 실패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에서 우리는 조던에게 인내와 끈기를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조던에게서 배운 것들이 인생의 진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긍정적인 환상을 갖는 것이 목표를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나는 서서히, 목표만 보고 달려가는 터널 시야 바깥에 훨씬 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믿게 됐다.
-에필로그
룰루 밀러의 큰언니는 유년시절 사회부적응자로 평생을 살 것 같았지만 결국 현재 그녀는 이웃과 정을 나누며 걷기 수업을 하는 성인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며 우리는 혼돈 속에서 삶의 양면성을 찾아야 한다. 희망은 내가 노력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 희망은 항상 내 옆에 있고 나는 그것을 찾기만 하면 된다.
조던의 삶의 양면성을 보며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는 실패 속에서 끊임없이 도전했고, 들판에 핀 작은 꽃에서 조차 가치를 찾았다. 그러나 결국 그는 죽는 날까지 열광적인 우생학자로 남았다. 조던은 신의 질서에 따라 자연에는 사다리가 존재하며 인간 역시 자연의 사다리에 속하기 때문에 우월함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었다. 들판에 핀 작은 꽃조차도 소중히 다루었던 조던은 누구보다 잔인하고 무자비한 인간으로 우리에게 기억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굳게 믿고 있는 어떤 진실(?), 사실, 관념, 과학들은 어쩌면 이것들이(룰루밀러가 초반에 조던을 굳게 믿었던 것과 비슷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을 가리고 있는 커튼과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러니 집착을 벗어 던지고 세상의 양면성을 살펴볼 것, 진리는 변화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나를 아름답고 새로운 경험으로 인도해주지 않을 것이다. 혼돈을 이길 방법은 없고, 결국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보장해주는 안내자도, 지름길도, 마법의 주문 따위도 없다.
자, 이렇게 희망을 놓아버린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하지? 어디로 가야할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
좋은 것들은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에필로그
'과학 에세이를 통해 삶의 통찰을 얻다(?)' 정말 웃기는 말 같다. 과학은 과학이라고 생각했고 철학적 탐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과학이 단순이 지식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왜 이 책에 그렇게 열광했는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고른 모두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은 말이 있다.
스포일러를 조심하세요
오로지 나와 책이 만났을 때 얻는 뜨거운 환희를 위해서 반드시 스포를 피해 주세요. 그리고 끈기를 가지고 마지막 장을 넘기길 바란다. 그로 인해 우리는 어둠 속에 가장 밝은 빛을 만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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