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반드시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야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다. 포기하지 말고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룰루 밀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리는 터널 속 어둠에서 빛나는 진리를 발견하듯 삶에 대한 명확하면서도 명료한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줄거리
"작은 것들은 아름답지는 않아도, 단 한 종류의 큰 꽃 백송이보다 내게는 더 큰 의미가 있다. 미적 관심과 구별되는 과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특별한 증거는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마음을 쓰는 일이다."
-Jordan, The Days of a Man, Volume One, 25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자연주의자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과 연구를 중심으로, 생물학적 분류, 진화론,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의 반절은 조던의 전기이므로 우리는 조던의 삶을 천천히 그리고 집착적으로 세세히 살펴볼 수 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독실한 청교도 집안에서 자라 해진 천을 꿰매 깔개를 만드는 등 온갖 잡단한 일을 쉴 틈 없이 했다. 그 속에서 데이비드는 처음 밤하늘 별에 질서를 부여하였다. 그의 미들 네임에 '스타'가 들어간 이유다. 데이비드는 혼돈 속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숙명처럼 대했다. 별에게 이름을 지어주었고 자신이 본 모든 것을 지도에 담기도 하였다.
사춘기가 된 데이비드는 '꽃'을 사랑했다. 형의 죽음으로 더욱 강박적으로 수집하던 데이비드는 분류에 대한 갈망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리고 그는 페니키스 섬에 발을 디디며 스승 '아가시'를 만난다.
루이 아가시는 당대의 가장 유명한 박물학자였으며 자연과학의 미래에 근심이 많았다. 그는 젊은 박물학자들을 모아놓고 직접 관찰의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여름 캠프를 열었다.
데이비드가 손에 꽃을 들고 해왔던 일들은 "무의미"하거나 "소모적"이거나 "야심 없는" 일이 아니었다. 바로 그 저명한 아가시가 정의한바 "가장 높은 수준의 선교 활동"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신의 계획, 생명의 의미, 어쩌면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길까지 해독해 내는 작업이었다.
데이비드는 루이 아가시를 통해 자신의 유년기를 보상받았다. 데이비드는 페니키스 섬을 떠난 뒤 과학교사로 취직했다. 그 당시 다윈의 종의 기원은 과학계에 강풍으로 몰아쳤으며 모든 과학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데이비드는 기존의 자신의 생각을 벗어 던지고 다윈의 진화론에, 불확실성으로, 무작위성으로, 혼돈으로 발을 들인다.(스승 아가시는 죽을 때까지 격려하게 반대하였다.)
아가시에게 수집에 대한 지지를 받은 데이비드는 물이 있는 곳으로 목표를 삼았다. 당시 어류는 연구가 비교적 덜되었기에 분류학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다. 데이비드 학교를 여기 저기 옮기며 물고기 발견하고 수집에 몰두하였다. 결국 그는 정부의 일을 하기도 하며 과학 교사에서 대학 교수가 되었다.
혼돈 속에 질서를 부여하던 데이비드는 스탠퍼드 부부의 눈에 띄어 자신의 농지에 세운 학교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학장이 되었다. 스태퍼드 부부의 경제적 지원을 통해 데이비드는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해양 연구 시설을 짓고 대학에 과학관을 짓고 어류 수집 원정을 떠났다.
데이비드의 성공적인 인생에 걸림돌이 하나 나타났다. 제인 스탠퍼드는 데이비드가 물고기에 쏟아붓는 시간과 돈을 우려했으며 사이비에 빠진 자신을 비난하는 데이비드를 학장 자리에서 밀어내고 싶었다. 그녀는 독일학과 대머리 교수 줄리어스 괴벨을 '스파이'로 심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동료의 도덕적 결함(불륜)을 덮어주기 위해 부적절한 행동(협박)을 한다. 이 일을 스파이가 알게 되고 제인 스탠퍼드는 데이비드의 각종 문제점을 들어 학장자리에서 물러나게 끔 하려고 했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운이 좋은 걸까? 제인 스탠퍼드는 여행 중 '갑작스럽게' 죽는다.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지구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1906년 4월 18일 오전 5시 12분,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파괴한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에서 데이비드는 무너지지 않았다. 모든 자신의 연구 결과물이 무너졌으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재건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바로 이때 이 불운한 작자, 이 경이로운 작자는 바늘을 꺼내 우리 지배자의 목구멍을 향해 찔러 넣었다.
이제 '9장 세상에서 가장 쓴 것'을 만날 차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전
과학 기자 룰루 밀러가 삶의 길을 헤매고 있을 때 그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좇으며 혼돈의 질서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쓴 진실을 맞이한다. 그리고 삶의 양면성, 숨어 있는 삶의 질서를 깨닫는다.
제인 스탠퍼드가 마신 독 '스트리크닌'은 데이비드가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한 것과 같은 독이다
데이비드는 긍정적 착각으로 한때는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였다. 그러나 긍정적 착각으로 데이비드는 자신의 눈에 두꺼운 편견과 오만의 커튼을 쳤다. 우생학의 열렬한 지지자로 미국에 우생학을 들여왔으며 우생학을 필두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게 한 '악'이 되었다.
예전에 자기 학생들에게 제안했던 "박멸"을 실현할 방법. 그것은 바로 "부적합"해 보이는 사람들의 생식기를 그냥 잘라내는 것으로, 데이비드는 청중들에게 "백치들은 모두 자기 핏줄의 마지막 세대가 되어야 한다."라고 단언했다.
-Jodan, The Human Harvest, 65
미국 사회에서 우생학은 엄청난 사회적 문제이자 전세계에 비극을 가져왔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인종차별, 장애인 차별 등 인권 침해와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였다. 훌륭한 학자이자 무수한 실패를 딛고 도전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이제 우리에게 우생학의 선두 주자이자 사회의 악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는 전쟁을 극도록 싫어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전쟁으로 인해 '훌륭한 유전자'가 죽게 되면 남은 건 결국 '부적합한' 자들만 남기 때문이다. 그를 평화주의자라고 볼 수 있는가? 그는 우생학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극단적 인간일 뿐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
그래서 제목의 의미가 뭐야
이제 제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시간이다. 이 제목으로 우리는 행복한 죽음을 맞이한 데이비드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 그가 평생을 받쳐 분류하였던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분류학의 생물 범주에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이다.
조류는 존재한다.
포유류도 존재한다.
양서류도 존재한다.
그러나 꼭 꼬집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것은 분류학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단지 물 속에 살기 때문에 어류라고 분류한 것이지 예를 들어 생물학적으로 살펴보면 실러캔스는 인간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이다. 물에 살기 때문에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 없기 때문에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류라는 단어를 포기하기 어렵듯 많은 것들을 포기 하지 못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못할수록 우리의 눈은 점점 두꺼운 커튼으로 세상을 가린다. 우리가 물고기를 포기할 때 세계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제목은 형이상학적 문구가 아니다. 그냥 과학적 사실을 문장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러닌깐 이 책은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과학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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